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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라는 이름, 이제는 간판에서 내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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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한 햇살 2026. 4. 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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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던 병원이 돈을 말하기 시작할 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병원.”

말만 들으면 병원이라기보다 자선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약자를 돌보며, 인간 존엄을 최우선으로 삼는 의료기관.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에서 드러난 사건들을 보면, 이 아름다운 문장이 현실 설명이 아니라 홍보 문구에 가깝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던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놀랍게도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 사기.
노조 탄압.
수익 창출.

신앙의 언어와 기업의 언어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병원은 꽤 생생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없어도 진료비는 청구된다

국제성모병원에서 제기된 건강보험 부당 청구 사건은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병원은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서류상으로 만들어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실제 환자는 없지만 진료 기록은 있고, 진료 기록이 있으니 보험 청구도 가능했던 구조였습니다.

일반 병원에서도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하물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처음 수사에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국정감사 과정에서 약 2억 원 규모의 부당 청구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결국 보건당국은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병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물론 병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렇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병원”이 아니라
“청구의 병원”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병원에서 쓰러진다

두 번째 사건은 병원 내부 노동 문제였습니다.

30년 넘게 병원에서 근무해 온 간호사이자 노동조합 지부장이었던 홍명옥 씨는 결국 병원에서 해고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수년간 관리자들의 지속적인 압박과 모욕적 언행을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동료와 환자들 앞에서 폭언을 듣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출근길에 쓰러져 입원한 뒤에도 병가는 인정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병원에서 무너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환자를 가족처럼 돌본다는 병원에서
직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사랑의 병원이 수익 목표를 세운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병원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회의 자료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합니다.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

물론 병원도 조직입니다.
운영을 위해 수익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우선순위입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PET-CT 검사 건수 관리 지침이었습니다.

PET-CT 검사는 고가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로
건당 비용이 1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사선 노출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됩니다.

그런데 병원 내부에서는 하루 검사 건수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환자의 필요보다
검사의 수익성이 먼저 고려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곳은 병원인가, 아니면 검사 공장인가.”


병원 직원이 거리에서 환자를 모은다

또 다른 논란은 이른바 ACE 활동이었습니다.

직원들이 외부에서 병원을 홍보하며 환자를 유치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문제는 의료법입니다.

한국 의료법은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가 경쟁 상품이 되는 순간
환자의 안전과 의료 윤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내건 병원이
직원들을 거리로 보내 환자를 모집하게 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묻게 됩니다.

병원 홍보팀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니면 환자가 부족했던 걸까요.


노조는 사라지고 침묵만 남는다

노동조합과 병원 경영진 사이의 갈등은 1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병원은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임금 가압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를 압박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용역 경비를 동원해 노조 활동을 감시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간단했습니다.

직원 1,800명 규모의 병원에서
노조 조합원이 10명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노조가 사라진 병원은 조용해졌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침묵은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조직 관리 방식이니까요.


노사 문제에는 침묵, 연봉 문제에는 적극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병원 경영진의 태도였습니다.

노조는 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에게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노사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영역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직원 임금이 수년간 동결되는 동안
일부 경영진 연봉은 크게 상승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노사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보수 문제에는 매우 정확하게 관여한 셈입니다.

종교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소송이 돌아온다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결국 법정에서 병원과 교구를 만나게 됩니다.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대화나 개혁이 아니라 법적 대응이 된 셈입니다.

교회가 종종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가 있습니다.

용서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낀 것은
용서보다 소송의 속도였습니다.


결국 남는 질문

가톨릭 교회는 오랫동안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사회 정의를 옹호하는 종교로 존경을 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게 됩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처럼 다루고
노동자를 적대하고
문제 제기자에게 소송을 거는 병원이

과연 “성모”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비판이 아닙니다.

종교 기관이 사회적 신뢰 위에 서 있기 때문에
그 신뢰가 무너질 때 충격도 더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병원이 계속해서
수익과 권력의 논리로 움직일 생각이라면
차라리 솔직해지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간판을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성모병원 대신
“주식회사 수익창출병원.”

적어도 그 이름은
현실과 모순되지는 않을 테니까요.